보고 듣고 느낌2007. 6. 25. 23:13
보고 싶긴 했는데 더 땡기는 작품이 있어서 뒤로 밀린데다,
한약 짓고 치과 치료 시작해서 언제나 부족이던 재정은 더 빠듯해졌기에 차마 지르지 못했는데,
(그래서 위의 더 땡기는 작품도 못 지르고 있다.-_-)
모 이벤트에서 떡허니 당첨이 되어서, 것두 주말에! (Ant Fund 아직은 고공행진? ^^v)
'어이쿠 감사'하며 발걸음 가볍게 보고 왔다.

2003년. 영화 `싱글즈`를 가장 먼저 봤고, 그 해 겨울 원작 소설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읽었다.
그 때 나는 스물여섯.
나난과 동미에게 완전히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영화든 소설이든 꽤 재미나 했던 기억이다.

그리고 2007년.
나는 이제 서른. 나난과 동미와 거의 같은 레벨에 머물러 있다. -_-;



나난과 동미의 스물아홉은 영화와 거의 똑같이 전개된다.
장진영의 푸념과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들었던 엄정화의 연애론은 영화에서 쓰인 대사 그대로
구원영과 백민정의 목소리로 내뱉어졌다.
결말에서 살짝 바꿔준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영화를 고대로 옮겨놨다고 보면 될 듯.
어떤 무비컬에서는 뮤지컬화할 때 재창작은 전혀 하지 않은게냐고 비난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난 전혀 그러고 싶지 않다.
뮤지컬 '싱글즈'는 몇년전 대한민국 수많은 싱글들이 왜 '싱글즈'라는 영화를 좋아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뮤지컬로 바꾼다고 해서 굳이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바꿔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았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그대로 무대로 옮겨오면서, 그져 잘 어울리는 노래들로 양념 조금.  
영화만큼 소설만큼 충분히 공감했고, 그래서 울고 웃었다.

비록 스물아홉 생일 아침 남친에게 채이고, 회사에선 엉뚱한 곳으로 발령났다지만,
그래도 출근길에 반해오는 남자가 있고, 그것도 멋진 남자,
그 엉뚱한 곳에서 자신의 재능은 자기도 모르게 발휘되는. 그래서 사실은 우울할 것도 없는.
그래서 현실의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그져 부러울 수도 있는 주인공들이 나오지만.

그래도 뮤지컬 '싱글즈'는
'끝'에서 시작해서 '시작'으로 끝나기에,
20대후반 30대초반 나를 포함한 싱글들에게 비타민을 건네는 작품. ^^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7. 6. 7. 11:31
사랑하는 사람과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은 채 복잡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나서는 드라이브.
달리는 중에 만난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조용한 공터.
잠시 차를 세우고 카오디오의 볼룸을 적당히 높이고 그와 나는 춤을 춘다.

드라이브와 춤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로망.

예전에는 춤이 이렇게 좋은 줄을 몰랐다가 호기심에 발 담궜던 탱고 탓에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왕이면 커플댄스 하나정도는 리드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다.

뮤지컬 '댄서의 순정' 은 이같은 로망을 다시 한번 상상하게 한 것외에는 전혀 어떤 즐거움도 안겨주질 못했다.



확 땡기는 노래가 없는데, 그나마 잘 소화해 주지 못하는 배우들.. 
불협화음은 그렇다해도 가사전달까지 안되는 건..

영새에게 줄곧 '아지바이' 라고 부르는 양소민은 채린을 연기하기엔 전혀 어려보이지 않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여성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는 남자배우도 없다.

춤을 소재로 한만큼 현란한 춤을 맘껏 볼 수 있다면 모든 게 용서될 수 있을까?
뮤지컬 특성상 영화에 비해 춤을 추는 장면이 많지만.. 무언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

영새를 연기한 최원철은 무용수 출신이던데, 정작 그의 춤추는 장면은 많지 않아서 영화에 박건형이 캐스팅됐다고 좋아했다가 실망한 것과 마찬가지의 아쉬움..

작품 보고 트집잡는 후기 안쓰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좀 많이 실망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7. 4. 4. 17:09

공연이 진행되는동안 꼼짝도 못하고 배우시선을 쫓게 하는 이런 긴장감..
아... 너무 좋아..

'Thrill me'
공연이 끝난 후 'Thrill'이란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꽤 여러번 곱씹었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



피아노만으로 연주된 음악과 조명의 어우러짐이 좋았고,
류정한과 김무열의 노래실력도 수준급. 한국어판 OST 나오면 당장 질러줄텐데.;;;

다만 내내 수동적이던 '나'가 결말쪽에 가서는 확실히 그 광기를 드러내어 주길 바랬는데,
여전히 그 표정이 너무 덤덤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에 반해 내내 자신감이 넘쳤던 '그'가 두려움을 호소하는 장면은 매우 맘에 들었다.

'그'를 연기했던 김무열.
어쌔신에서 조디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통령을 죽이려 한 존 힝클리를 연기했던.
고개를 잘 들지도 않은 채 소심하게 움직이는 굉장히 어리버리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김무열의 '그'가 더 강렬했다.
그 자신만만한 표정이라니.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인정한 그 슈트발. 그렇게 길쭉할 줄은, 그렇게 잘 어울리다니.
공연을 볼수록 좋아하는 배우만 늘어간다.

한번 더 보고 싶단 생각이 조금 드는데, 첫번째는 음악 때문이고, 두번째는 김무열 슈트발때문이다.
2차 공연이 예술마당으로 잡혔던데, 그렇다면 무대가 어떻게 바뀔지도 조금 궁금하고.

사족으로 '그'가 'Roadster'를 부르며 소년을 유혹할 때, 내 자리가 맨앞의 정가운데자리이다보니 김무열씨와 여러번 눈을 맞췄는데, 그 눈빛이 정말 내가 유혹당하는 듯 그가 내민 손을 잡고 함께 차에 올라타야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너무 황홀한 나머지 의연해야 한다는 자기암시를 가득 담아 정말 너무나 의연한 표정을 애써 지었다. 김무열씨가 연기를 하는 도중 내 표정을 살필 정신이 있었다면 이상하다 생각했을 거 같다.. -_-; 그래도 정말 황홀하긴 했는데. ;;;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7. 3. 11. 23:45

관람기록
07.01.19 - 뮤지컬 'Rent' - 조승우 로저
07.02.19 - 뮤지컬 'Rent' - 신동엽 로저
07.03.10 - 영화 'Rent'

공연을 본 지 꽤 됐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감상을 올리지 못하다가 영화까지 보고 함께 올린다.

영화는 무대, 즉 한정된 공간의 뮤지컬에 비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이 있고,
영화 'Rent'는 그것들을 아주 잘 활용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력을 높였다.
영화까지 봐서야 나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고민들을 이해 비슷하게 했다.

그렇지만 뮤지컬 또한 무대예술이란 것을 활용해서 더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침대 세 개에 나란히 누운 세 커플 장면.



영화도 물론 너무 좋았지만,
나는 그래도 공연이 더 좋았다고 말할 터인데,
그 이유는 그 좋은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단 것만으로 충분하다.

조승우와 신동엽에 대해서는.
조승우는 정말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신동엽은 아직은 연기나 노래 모두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건 아니다 정도.

공연을 보기 전 2000년 캐스팅 버젼의 OST를 한참 듣고 갔었는데,
공연을 보면서 2001년 2002년 공연을 놓쳤던 것이 아주 많이 후회됐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겠지만, 그러니깐 내가 보고 싶은 캐스팅은
이건명 로저, 남경주 마크, 소냐 미미, 황현정 머린, 전수경 조앤, 성기윤 콜린, 주원성 엔젤, 이동근 베니.

남경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로저보다 해설자인 마크역에 딱 맞았을 거 같고,
무엇보다 전수경의 조앤을 무대에서 만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을 듯.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6. 11. 30. 21:47
인생에 찾아온 몇번의 기회들을 똑똑히 자기것으로 만들었던 한 여자를 무대에서 만났다.

1919년 한 시골마을에서 농장주와 가정부 사이의 사생아, '에바 두아르테'로 시작하여
서른셋 아르헨티나의 국모, '에바 페론', 아니 '에비타'로 생을 마감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

그녀가 서른셋에 여전히 건강하여 부통령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았다면
그녀의 남은 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어쩌면 후대에 이렇게 무대에 올리기까지 그녀를 기억해 주지는 않을지도 모를 일.


















관으로 시작해서 관으로 끝나기 때문일까? 공연내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반응했다.

사랑스럽던 소녀였다가,
성공을 향해 달리는 도도한 배우이더니,
한 나라 국모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리고 눈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어떻게 이렇게 다른 모습들이 한 작품에서 한 배우에 의해 그렇게 훌륭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

에비타. 당분간은 당신과 함께 흘렸던 눈물이 기억될 것 같군요.

덧붙여.. 너무나 아름다운 아르헨티나 탱고.
바쁘다는 이유로 발 빼고 있는 밀롱가.. 탱고 다시 추고 싶어졌어요~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6. 11. 10. 22:04

학교 문화행사로 공연되는 공짜 공연이었다.
후배와 여유있게 갔는데도 줄이 한참이어서 자리가 멀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운좋게 맨앞자리서 공연을 봤다.

공연은...
대략대략 많이 실망했다.

사실 지난여름에 충무에서 꽤 괜찮은 배우들을 데리고 올려졌던 작품이어서
아무렴 공짜공연이래도 기대를 안고 갔었는데 진정 실망실망...



일단 거의 반으로 편집해서 공연을 했다. 공연 다 끝나고 1시간이나 지났으려나? ㅡㅡ;;
극 자체가 만화 피너츠를 원작으로 찰리와 스누피 그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에피소드 중심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는 거 하며 너무 성의없어 보이는 무대.
(나중에 알고 보니 본공연의 무대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예쁜 무대더라. 그런걸 아무리 한차례 행사로 치뤄지는 공연이라고 해도 무대에 스누피집 하나 덩그러니 끝인건 너무한건 아냐? )
거기다 아직은 어설픈 배우들.. 현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인거 같지만 그래도 너무 잦은 대사실수와 어긋나는 화음.. 어긋나는 발놀림이라니.;;;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우리학교쪽에 있었다.
바로 음향. 스피커 제대로 음 잡아먹으면서 소리 갉아먹는데 참 대책없더라..
합창곡 가사는 도무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고.. ;;;;
공연을 여러번 보다보면 공연을 선택할 때 공연장까지 고려하게 된다.
그만큼 음향. 조명. 무대와 좌석체계가 만족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그런데 대략 이건.;;;

하여튼.. 공짜로 본 거니 그러려니 하지.
만약 이런 공연을 내 돈 내고 봤음.. 정말 진정.. 울면서 돌아왔을거야..

아. 사진은 본공연때의 사진..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6. 10. 9. 22:34
돈많은 제작사를 등에 업지 못했으나, 대신 때를 잘 탄 탓에 괜찮은 흥행성적을 내고 있었다.
여기서 때를 잘 탔다는 건 얼마전 성공리에 마친 '김종욱 찾기' 덕을 심심찮게 보고 있단 얘기.

오프대학로(이런 용어는 '오당신'볼 때 처음 들었으나.;;)라 불리우는 곳에 위치한 작은 소극장까지 관객을 불러 앉히는 데에는 아무렴 '김종욱'의 장유정, 김혜성 콤비의 작품이라는 것과 멀티맨 전병욱이 나온다는 것이 분명 커다란 이유가 되었지 싶다.

작품은 얼마전 칠했다는 페인트 냄새와 엉덩이 겨우 붙일만한 불편한 좌석을 기꺼이 참아낼 만큼
공연을 보는 내내 꽤 흐뭇한 만족감을 건넨다.

편지와 장미를 건네는 작은 이벤트로 관객과 가까운 소극장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주인공이 누구다 정할 수 없을만큼 일곱명의 배우에게 골고루 중요한 에피소드를 안겨줬고, 그 에피소드들은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극 속 표현으로 '쑥덕쑥덕'으로 인한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통일된 생각할 거리까지 준다. 거기다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묶는 커다란 시놉 역시 괜찮은 구성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만족. 주인공이면서 앙상블인 배우들의 노래도 거슬리지 않고, 일인다역으로 주는 즐거움도 크다.

그렇지마 아쉬운 점도 몇가지 있다.
이벤트와 무대전환할 때 어긋나는 타이밍으로 극의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위험성이 보였고, 베드로 역을 맡은 전병욱씨의 연기 물론 좋았지만.. 너무 가볍게만 보여서 좀 그러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왜 최병호가 굳이 병원을 떠났는지 모르겠다. ㅡ.ㅡ
빚쟁이들이 티비보고 쫓아올까봐라는 이유는 너무 약하지 않나? 굳이 방송펑크내면서 그렇게 나갈 이유가 있었을까? 하긴 떠나지 않았으면 극이 시작할 수 없었을래나? ㅡㅡ;;
여튼.. 커다란 기둥시놉의 논리성이 조금 약해 보였다.

그럼에도...
좋은 점수를 준다.

따뜻한 공연.
크리스마스시즌에 보면 더 따뜻한 느낌을 담고 나올 거 같아!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6. 9. 5. 17:36

작년 11월말, 차경찬 작곡가님과 몇통의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요덕스토리라는 작품을 처음 접한 계기였다.

올봄 요덕스토리가 처음 무대에 올려졌고, 반응은 너무 당황스런 것이었다.
'박근혜도 봤다더라'가 이슈가 됐고, 보수언론의 지지가 노골적이었다.
반면, 진보적인 언론과 평론가들은 또 그들대로 노골적인 비판을 했다.
평이 이렇게 극과극인 게 오히려 화제가 됐던 걸까? 더 놀라운 건 기대이상의 흥행대박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고, 이제사 '이런 작품이었구나' 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예술장르중에서 유독 진보적이라는 걸 고려할 때,
고발극, 정치극은 뮤지컬장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도 하지만,
우리나라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

거기다 충분히 잘 만든 작품이었다.
가사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앙상블이 아쉬었지만, 짜임새 있는 안무로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차경찬 작곡가님과 유헤정 작사가님이 만들어 낸 노래는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그러나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북한인권문제의 실상을 보이겠다는 욕심에 조연들 하나하나에 비중이 너무 실렸다.
자칫 산만해 질 수도 있었다.

이에 반해 수용소 파견대장이었다가 주인공 강련화와 자신의 핏줄 리요덕으로 말미암아 변해가는 인물 리명수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계기 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조연들의 이야기를 과감히 쳐내고 주연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 줘야 했지 않을까?
리명수 아저씨 갑자기 착해져서 사실 '역시 피는 진한 것인가?' 이게 주제인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또 하나 공연내내 굳이 저 캐릭터가 필요했을까? 의문을 지울 수 없었던 리태식이라는 인물.
유일한 크리스챤으로서 기독교적 메세지를 남기고, 순교하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기독교적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작품의 중요한 목적이었다면, 그는 좀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다.
더더욱 그의 순교는 그리 의미있어 보이지 않았다.
리태식이란 인물은 극에 빠졌어도 극의 흐름에 아무영향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크리스챤임에도 리태식을 통해 보여준 작품속 기독교 메세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은,
문화속의 어줍잖은 기독교 색채는 때로 비크리스챤들에게 거부감만 불러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쌩뚱맞아보였던 씬도 하나 있었다.
리태식이 락커로 변신해 한판 쇼를 벌이는 장면.
뮤지컬이란 장르에 코믹하고 화려한 쇼적인 장면이 없으면 안되지 않나 하는 소심함만 들켰지 싶다.

배우들에 관해서,
강련화역의 최윤정씨에 대해서 칭찬이 많던데, 사실 나는 그리 노래를 잘 부른단 생각을 못했다.
연기는 라혁철역의 김준겸씨가 제대로 잘 하시더라. 탤런트 권오중씨랑 너무 닮아서 계속 권오중씨 아닌가 확인을 했었는데, 프로필 사진을 보니 김준겸씨가 더 잘 생겼다.
그리고, 몰랐던 건데, 리태식역으로 박완규씨가 나오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노래는 박완규씨만 단연 튈 정도로 잘하더라. 사실 이건 에러였는데, 너무 튀어서 다른사람들 목소리를 잡아먹는 현상이;;;;;

사실 꼬투리 잡겠다고 작정한 사람처럼 썼다만,
정치색이 너무 짙네, 이념조장이네, 이런 얘기 다 제껴 두고 뮤지컬작품으로만 바라봐도,
창작극으로 이정도면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거 같다.
아예 빼던가, 아니면 차라리 좀더 적극적이기를 바랬던 기독교 메세지 전달에 대해서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충분히 잘 전달되고 있다고 보여지니 정말 잘 만들었고, 감동도 있다.

어쩌면 형식과 작품성에 대해 공정한 판단이 내려지기전에
이념과 사상을 표면에 드러냈기 때문에, 그 내용만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되려 비판을 받은 듯.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관객들 역시 뮤지컬작품으로서 음악이나, 구성, 극의 흐름으로 감동받기보단,
실화라고 강조되어지는 북한의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내용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니, 그것도 OK.

거기다 커튼콜이 있은 후 정성산 연출가님이 직접 나와
"요덕스토리는 쇼가 아닙니다." 라고 선언하심으로
이것은 의도된 연출임을 드러내시기까지 하니, 이 작품은 완전히 성공인 게다.

정성산 연출가님을 비롯해 제작진중에 상당수의 탈북자가 있고, 요덕수용소 출신들도 몇 포함된다.
잘 만든 예술작품 하나 올려보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하루에 몇통씩 협박 문자 받으면서도 하나님께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이 작품을 쓰시는 거라면, 하나님의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으면 좋겠다.
보수네, 진보네, 이런 이념싸움이 아니라,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형태의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크리스챤과 비크리스챤이란 경계를 넘어 적어도 북한에 대한 무관심은 거둬낼 수 있기를 바란다.

뮤지컬 넘버중 '기도'
'아버지!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공화국, 이곳 요덕에도 와 주소서' 가 남는다.

평양종합예술대학 무용학부를 나오시고, 요덕수용소에 수감도 되셨다가 한국에 오셔서
이번 공연 북한안무를 맡아주신 김영순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 함께 사진 찍다.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6. 8. 8. 11:03

같은 작품을 두번, 세번 보는 건 잘 안 하는데, 어쩌다 '김종욱 찾기'는 또 보게 됐다.
이번엔 엄기준, 오나라, 전병욱 캐스팅.

공연이 반복되다보니, 무대에 익숙해져서 그랬는지,
지난 공연보다 애드립이 많아졌다.
그 때문인지, 지난 공연은 로맨틱 코메디에서 로맨틱에 무게가 있었던 느낌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코메디가 대세였던듯 싶다. 아주 아주 많이 웃었다. ^^



어쎄씬에서 엄기준의 옆선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는데,
엄기준은 콧날에 날카로운 지성이 흐르는 김종욱보다,
소심하고 융통성 없는 어눌한 엄기준에 더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엄기준 스스로 소심한 A형 엄기준이 딱 자기라는 인터뷰를 했었다.

만짱을 좋아하는 편견일 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노래를 부르는 음색은 오만석이 더 맘에 든다.
하지만 김종욱과 소심남 연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배역자체에는 엄기준이 더 잘 어울렸던 거 같다.

오나라씨는 목관리를 했는지, 전보다 많이 나아진 느낌이었다.
지난 공연서 듀엣곡 부를 때마다 만짱님 목소리를 잡아 먹어 버려서 속상했는데,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더라.

처음 공연을 봤을 땐 음악이 아주 좋단 생각 잘 못했는데,
공연을 다시 보고, 싸이클럽가서 배경음으로 나오는 노래들을 반복해 듣다보니 몬가 중독성이 있다.
슬슬 OST 구입에 대한 욕구가...........--

2시간.
유쾌했다.





Posted by nobelnant
보고 듣고 느낌2006. 7. 27. 13:21


보기 전 접한 이런저런귀동냥에 내가 포커스를 둔 부분은,

무대.
가엾은 두 여자, 까미유와 로즈.
그리고, 배해선.

미술작품에 워낙 이해가 느려서 감흥의 정도가 얼마나 달라졌을까는 싶지만,
그래도 미술작품들로 꾸며진 무대를 가려지는 시야없이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좀 아쉬었다.
공짜표로 봐 놓구선 자리같구 탓할 수는 없지만. -_-

가엾은 까미유와 로즈.
나쁜 로뎅 -_-;
동행한 심슨양의 "그 때나 지금이나 남녀관계 똑같애" 란 말에 웃었다.

그런데, 까미유를 그렇게 비극적인 끝으로 몰고 간 것은 정말은 무엇일까?
조각? 로뎅? 로뎅을 사랑한 자기 자신? 조각을 향한 너무 뜨거웠던 예술혼? 열정?
다 뭉뜽그려?

배해선.
몸빼바지 그대로 입고 출퇴근하며 연습했다는 '의형제'로 데뷔해서
잘한다 싶은 배우들 중 꽤 여럿이 거쳐간 '지하철1호선'을 역시나 거쳤고,
'토요일밤의 열기'의 아네트와 스테파니로 뜨고,
그 후 큰 공연의 중요한 역할에 연이은 캐스팅.
작년엔 드뎌 '아이다' 암네리스 공주로 여우주연상을 타면서 현재 캐스팅0순위라고 떠들어지는.

올해에도 역시 맘마미아가 앵콜공연중인데,
소피의 배해선과 스카이의 이건명만 바뀌고 주요배역은 2004년 그대로 끌고 간다. (사진속의 두사람)
이건명은 미스사이공이란 대작에 투입됐으니, 그의 선택은 그러려니 하지만,

배해선이 소피를 버리고
소극장에 단기공연, 그것도 신시에서 실험적으로 올리는 뮤지컬즐겨찾기의 하나.
까미유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배해선의 까미유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에 있는데......
조금은 감을 잡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

그러나,
몬가 하나의 지향점을 갖고 통일성있게 나아가기를 바랬던 공연이,
약간 산만한 느낌이 없지 않았나 싶었던 공연에서,
역시 배해선 그녀가 버텨주고 있었다.

배해선의 까미유 끌로델. 자기 이름 걸고 한 공연 책임지듯.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