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11.28 [책방구경 #03]서점, 리스본
  2. 2018.11.18 [책방구경 #02]사이에
  3. 2018.10.31 [책방구경 #01]당인리책발전소
그냥 사는 얘기/기록2018. 11. 28. 14:41

연남동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곳이다. 마당을 끼고 있는 2층짜리 주택의 1층을 서점으로 개조했다. 앞마당이 작은 것 치고 나무와 풀도 많고 테이블과 의자도 분주해서 눈에 들어왔다. 날이 좋은 때에는 마당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나 싶었으나, 내가 찾은 날은 제법 쌀쌀해서 그랬는지 쓸쓸하게 내버려진 느낌이었다. 밝은 톤의 체크 무늬 테이블보와 원색으로 칠해진 의자가 빨간 벽돌과 나무 간판으로 된 책방과 어울리지 않아 어쩌면 책방에 속한 공간이란 느낌이 덜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마당을 지나 입구가 있는 곳은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출입문과 맞닿은 옆면에는 칠판 가득히 책방 소식을 적어 두었다. 오프라인 행사가 꽤 자주 있나 보다. 반대쪽 구석에는 키가 작은 탁자를 두어 명함 등을 두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콜드브루 커피 판매' 문구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못 본 듯한데, 다시 말하면, 차와 커피를 할 수 있는 곳은 아닌 듯한데, 콜드브루 커피 원액과 와인을 판매하고 있어 특이했다. 서점 앞면은 통유리로 해서 내부가 훤히 다 보이는데 따뜻한 백열등 조명을 받은 빼곡히 찬 책장이 마음을 끌었다. 역시 책방은 책이다.

 

 

내부는 많이 좁다. 5평 안 되지 싶다.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소개글이 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가져온 이름이라 한다. 주인장은 라디오 방송작가인 정현주씨다. 이 곳이 그녀의 첫 책방은 아니고, '드로잉북, 리스본'이란 전신이 있었다니 그림도 그리시는 분인가 보다. 밖에서 나의 맘을 잡은 안쪽 벽면 꽉 채운 책장이 수용하는 것만 1500권 정도, 중앙 매대까지 생각하면 2000권 규모로 짐작되는데 크기에 비하면 책은 적지 않다. 비치된 책은 정말 다양했다. 명확한 구분을 두지는 않았지만 순서대로 훑으면 또 아무렇게나 꽂은 것은 아니다.

 

입구와 가장 먼 구석에 피아노가 있다. 라디오 작가 출신으로 라디오 같은 공간을 바랐고, 공개방송같은 라이브 공연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나중에 웹사이트에서 봤다. 그런데, 행사가 있을  때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본 모습은 도무지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서 설명을 보고도 끄덕이지는 못했다. 웹사이트에는 이 외에도 책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예로, 라디오 같은 공간을 바란다는 주인장은 실제로 주1회 정기 인터넷 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다.

 

내가 감탄한 이 곳의 가장 특별한 마케팅은 '비밀책'이다. 포장이 되어 있는, 그 속에 어떤 책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비밀책을 판매하고 있다. 주인장의 안목을 신뢰한다면 주저할 것이 없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임의의 선택이 주는 떨림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솔깃하다. 이런 시도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바탕이 되었을까, 마당 입구에는 책방임을 표시하는 입간판과 함께 하나 더 세워져 있는데, 평소 책 취향을 알려 주면 책을 추천해 준다고 적혀 있다. 이것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주인장이 '글'에 대한 자신감이 남다르구나, 아무래도 문학을 공부한 작가라 그렇겠지.' 주인장은 <글쓰기 클럽>이란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작은 동네 서점'이다. 넓지 않아 편한 마음으로 책을 고르기에 주인장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지만, 천천히 훑다 보면 오히려 대형 서점에서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놓치고 말았을 보석같은 책을 만날 것 같은 분위기, 단골이 되기라도 한다면 정말 친밀한 곳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생길 법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다. 주인장의 자부심이 조금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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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얘기/기록2018. 11. 18. 20:29

'여행'을 콘셉트로 하는 곳이다. '여행하는 사이 사이에'에서 이름은 따왔다고 한다.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올라가는 좁은 계단 벽면에는 관련 행사 포스터들이 붙었다. 책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열심인가 보다.

 

내부는 12평 쯤 되려나, 카운터 안쪽으로 주인장의 작업실이 있는데, 그 곳과 테라스까지 합하면 15평 남짓 되어 보인다. 독립서점으로 적당하다. 가구와 책의 진열이 모두 여유가 있다. 입구 맞은편은 전면 투명한 유리인데 그쪽으로도 책장을 두었지만 허리께까지로 높지 않아 위쪽은 창으로 기능하며 열린 효과를 낸다. 주인장의 작업실과 붙은 벽만 벽을 꽉 채우는 장인데 맨 위 단은 코너 표시 액자만 놓아 빈 곳이 되어 역시 '가득'의 느낌은 아니다. 카운터 앞쪽 공간에는 6인용 테이블을 두었는데 평소에는 매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의자도 함께 있긴 했지만 책이 가득 놓여 있어 손님이 이용할 것은 못 되고 아마도 모임이 있는 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공간은 앞뒤 4열 2단의 16칸짜리 책장 셋을 나란히 배치했다. 책장에 바퀴가 달려 있었는데 행사가 크면 한쪽으로 옮겨 두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겠다. 구석구석으로는 다양한 크기의 칼라박스들이 채워져 공간이 죽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칸마다 책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았어도 비치된 책이 꽤 많다.

 

 

 

책의 면면은 제법 기대를 채운다. 에세이, 소설, 등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들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있다. 가이드북도 일부 있는데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지 않은 것으로 선별해 가져다 두는 것으로 보인다. 대륙별로 책장을 나눴고 칸마다 나라 구분을 했다. 어디를 갈 지 이미 정한 사람도, 정하고 싶어 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특정 장소를 얘기하지 않고 주제로 묶은 책들도 상당하다. 테마여행이 유행이 되어 가나 보다. '여행' 자체에 집중한 책들도 있다. 때로 문장 하나가 누군가를 무작정 떠나게도 할 것이다. 그리고 '여행' 책방에 있을 줄 몰랐던 책들도 있었다. '여행 친구', 이를테면 이런 코너에 말이다. 출입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벽은 '한 달에 한 도시'로 꾸몄다. 내가 찾은 달은 '피렌체'였는데, 피렌체의 예술, 음식, 등을 소개하는 책과 함께 [냉정과 열정 사이]가 놓였다.

 

'여행'을 파는 곳답게 세계 지도가 여럿 붙었고, 빈 공간들은 엽서들로 꾸몄다. 복도와 내부를 가르는 통유리에는 포스트잍이 가득 붙었는데,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에 대한 손님들의 답이다. 카운터 옆으로 놓은 에스프레소 머신 후면은 마그넷으로 빽빽하다. 여행 덕후들은 자기 집 냉장고가 떠오르겠다. 그 밖에도 면을 이루는 곳은 행사 포스터 등으로 채워 비워둔 곳이 거의 없다. 한두 곳은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두는 게 괜찮지 않았을까 했지만 아기자기 구경하는 맛은 확실히 있다.

 

 

 

한낮이어서 블라인드를 일부 쳐 놓았어도 해가 잘 들었다. 본래의 조명도 밝은 편이이서 책 보기에 좋다. 커피를 함께 팔고 있으니 맘에 드는 한 권을 골라 독서 타임을 가져도 좋은데 아쉬운 것은 앉을 곳이 충분하지 않다. 안에서 밖으로 바로 통하는 곳과 복도와 이어진 테라스에 각각 2인용 테이블 세트가 있긴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내부에는 3인용 소파가 전부다. 찾은 날이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우리 일행 외 손님은 없었으니 붐빌 걱정은 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와 진득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등,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책방, 주제는 여행', 콘셉트를 정하고 그것에 충실한 것이 좋았다. 여행을 앞둔 사람들은 물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이들도 충분히 흐뭇할 것 같다. 떠날 마음이 들면 다시 한번 들러야겠다.

 

http://www.saie.co.kr

Posted by nobelnant
그냥 사는 얘기/기록2018. 10. 31. 15:29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의 책방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방송인 오상진과의 연애 기사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다. MBC 라디오 <FM4U 굿모닝FM>을 방송인 전현무가 진행하던 때부터 토요일 코너였던 <세계문학전집>은 내가 즐겨 듣던 방송이었다. 지금은 다른 코너로 대체되었지만 꽤 최근까지도 이어졌던 프로그램은 코너 담당자도 꽤 여럿 거쳐갔지만 역시 그녀의 코너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그녀가 책을 정말 좋아하는 것이 낭독에 온전히 담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책방을 열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는데 이제사 와 보게 되었다. 특별한 꾸밈을 하지 않아 골목 풍경에서 튀지 않는 외관이 우선 맘에 든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는 아담하다. 20평 조금 못 되지 싶다. 사면 중 한쪽 벽만 매대로 활용했기에 비치된 책도 약 1000권 수준으로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큰 테이블이 안쪽 벽과 나란하게 있고 골목 쪽으로 창을 낸 반대편은 바 형태의 좌석이 있어 혼자인 이들에게 부담이 없다. 마주 앉을 수 있는 4인용 테이블은 두 세트 뿐으로 '책을 읽는 곳'에 충실하다. 오상진을 그린 그림과 김소영 자신과 닮아 본인의 캐릭터로 삼은 듯한 도라미 그림으로 벽을 꾸몄고 말린 꽃으로 천장과 책장을 장식했다. 내부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자본을 쏟아 부은 느낌은 전혀 없이 소박해서 나는 더 좋았다. 다만 유명인 부부의 책방이라는 것이 홍보의 가장 큰 포인트이겠지만 입구에 놓인 오상진의 입간판은 그저 웃음이 났다. 조명은 백열등의 따뜻한 노랑이고 음악은 책을 읽기에 방해 받지 않기에 적당하다.

 

 

 

놓여진 책들은 부부의 사적인 선호가 주로 반영된 것으로 짐작되나 이것은 추정일 뿐이다. 어떤 책을 들일 것인가는 책방 주인의 전적인 권한이겠으나 나름의 기준은 세워 두었지 싶다. 책들의 구분 또한 대형 서점의 일반적인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부부의 나름이다. '사랑', ' Now, Here', 등의 코너가 있었는데, 다른 때에는 다른 코너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시로 생각되는 '세계문학전집' 코너를 마련해 둔 것이 반가웠고,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MBC People' 코너를 둔 것이 특이했다. 중앙 기둥의 죽는 공간을 활용해 부부 컬렉션도 꾸며 놓았는데 이 곳은 아무래도 책보다 부부의 사진에 눈이 더 간다. 독특한 것은 부부가 책을 읽은 후 짧은 코멘트를 적어 책과 함께 두었다. 누군가는 메모 한 줄에 책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명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북적일 줄 알았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혼자 자기 시간을 갖는 손님 둘 뿐, 여느 동네 카페처럼 조용했다. 오후 한 때를 보내는 동안 손님들이 계속 들고 날고는 하였지만 자리가 모두 차진 않았고 여럿이 함께 와 차를 마시고 가는 그룹도 있었으나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였다.

 

서점을 기대했는데 북카페에 가깝다. 합정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아메리카노 한 잔, 5000원으로 음료의 가격이 싼 편은 아니나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상업 공간은 아니다. 정말 책이 좋아 책을 읽을 공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라 나는 더 맘에 들었지만 말이다.

 

https://www.instagram.com/danginbookplant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