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는 얘기/기록2018. 11. 18. 20:29

'여행'을 콘셉트로 하는 곳이다. '여행하는 사이 사이에'에서 이름은 따왔다고 한다.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올라가는 좁은 계단 벽면에는 관련 행사 포스터들이 붙었다. 책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열심인가 보다.

 

내부는 12평 쯤 되려나, 카운터 안쪽으로 주인장의 작업실이 있는데, 그 곳과 테라스까지 합하면 15평 남짓 되어 보인다. 독립서점으로 적당하다. 가구와 책의 진열이 모두 여유가 있다. 입구 맞은편은 전면 투명한 유리인데 그쪽으로도 책장을 두었지만 허리께까지로 높지 않아 위쪽은 창으로 기능하며 열린 효과를 낸다. 주인장의 작업실과 붙은 벽만 벽을 꽉 채우는 장인데 맨 위 단은 코너 표시 액자만 놓아 빈 곳이 되어 역시 '가득'의 느낌은 아니다. 카운터 앞쪽 공간에는 6인용 테이블을 두었는데 평소에는 매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의자도 함께 있긴 했지만 책이 가득 놓여 있어 손님이 이용할 것은 못 되고 아마도 모임이 있는 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공간은 앞뒤 4열 2단의 16칸짜리 책장 셋을 나란히 배치했다. 책장에 바퀴가 달려 있었는데 행사가 크면 한쪽으로 옮겨 두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겠다. 구석구석으로는 다양한 크기의 칼라박스들이 채워져 공간이 죽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칸마다 책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았어도 비치된 책이 꽤 많다.

 

 

 

책의 면면은 제법 기대를 채운다. 에세이, 소설, 등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들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있다. 가이드북도 일부 있는데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지 않은 것으로 선별해 가져다 두는 것으로 보인다. 대륙별로 책장을 나눴고 칸마다 나라 구분을 했다. 어디를 갈 지 이미 정한 사람도, 정하고 싶어 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특정 장소를 얘기하지 않고 주제로 묶은 책들도 상당하다. 테마여행이 유행이 되어 가나 보다. '여행' 자체에 집중한 책들도 있다. 때로 문장 하나가 누군가를 무작정 떠나게도 할 것이다. 그리고 '여행' 책방에 있을 줄 몰랐던 책들도 있었다. '여행 친구', 이를테면 이런 코너에 말이다. 출입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벽은 '한 달에 한 도시'로 꾸몄다. 내가 찾은 달은 '피렌체'였는데, 피렌체의 예술, 음식, 등을 소개하는 책과 함께 [냉정과 열정 사이]가 놓였다.

 

'여행'을 파는 곳답게 세계 지도가 여럿 붙었고, 빈 공간들은 엽서들로 꾸몄다. 복도와 내부를 가르는 통유리에는 포스트잍이 가득 붙었는데,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에 대한 손님들의 답이다. 카운터 옆으로 놓은 에스프레소 머신 후면은 마그넷으로 빽빽하다. 여행 덕후들은 자기 집 냉장고가 떠오르겠다. 그 밖에도 면을 이루는 곳은 행사 포스터 등으로 채워 비워둔 곳이 거의 없다. 한두 곳은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두는 게 괜찮지 않았을까 했지만 아기자기 구경하는 맛은 확실히 있다.

 

 

 

한낮이어서 블라인드를 일부 쳐 놓았어도 해가 잘 들었다. 본래의 조명도 밝은 편이이서 책 보기에 좋다. 커피를 함께 팔고 있으니 맘에 드는 한 권을 골라 독서 타임을 가져도 좋은데 아쉬운 것은 앉을 곳이 충분하지 않다. 안에서 밖으로 바로 통하는 곳과 복도와 이어진 테라스에 각각 2인용 테이블 세트가 있긴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내부에는 3인용 소파가 전부다. 찾은 날이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우리 일행 외 손님은 없었으니 붐빌 걱정은 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와 진득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등,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책방, 주제는 여행', 콘셉트를 정하고 그것에 충실한 것이 좋았다. 여행을 앞둔 사람들은 물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이들도 충분히 흐뭇할 것 같다. 떠날 마음이 들면 다시 한번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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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