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마음이라 그랬는지 자는 동안 뒤척거리기도 여러 번, 결국 다른 날보다 일찍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동행해 주셨듯이 끝까지 임마누엘Immanuel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을 기도하는 것으로 마지막 날을 시작했다.

 

남은 일정은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1592,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1Elizabeth I가 설립한 아일랜드의 가장 오래된 공립 대학이다. 성공회 자녀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시작했고 1873년부터 모든 종교에 입학이 허용되었다. 대학은 가장 열정적인 세대가 지식을 탐구하는 곳이기에 기회가 닿으면 방문하는 편이다. 게다가 트리니티 칼리지는 역사가 깊고 아일랜드 유명 인사들을 배출한 명문이라 워낙 명성이 높다. 캠퍼스는 위엄이 있다. 고대 성을 연상시키는 회색벽돌 건물이 두르고 아스팔트가 아닌 돌로 바닥을 포장한 광장은 거기 서 있으려면 진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했다. 대학의 정점은 길이가 65m에 이르는 롱룸Long Room이 있는 도서관The Old Library이다. 유명한 고서들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서 현재 일반 열람실은 아니고 박물관으로서 입장료를 받고 개방 중이다. 롱룸은 정말 웅장했다. 반원으로 된 천장과 구역을 나누는 기둥들은 고상했고 서가에 꽂힌 책들은 기품이 있었다. 통로에 놓인 대리석 흉상들은 서가에 엄숙함을 더했다. 사람 손보다 큰 육중한 열쇠를 관리하는 수도사는 뭔가를 숨기고 있고 호기심이 강한 이방인은 금기를 깨고 몰래 서가에 침입한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꽂힌 한 권의 책이 시선을 잡고 결국 사다리를 가지고 와 책을 꺼내 펼치는 순간 죽거나 마법이 시작되거나의 이야기가 담길 딱 그런 곳이다. 실제 영화 [해리포터Harry Potter]의 촬영지라고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일부 의미가 있는 책들을 통로에 전시했는데 2004년 발간된 [해리포터]가 함께 있어 웃었다. 그러나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의 책은 켈스의 서The Book of Kells. 아이오나Iona의 수도사들에 의해 9세기 초에 만들어진 후 미스 카운티county Meath에 있는 켈스Kells 수도원으로 옮겨졌다고 본다. 이후 1653년 더블린으로 보내졌고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보관 중이다. 켈스의 서는 라틴어로 기록된 사복음서의 필사본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중세 원고로 기독교 국가에서 문화재로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고 한다. 크리스천Christian으로서 이런 보물을 직접 본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시간이 조금 남아 메리언 스퀘어Merrion Square를 찾았다.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원이다. 나무숲과 넓은 잔디 사이로 산책로를 냈고 중간중간 기념비나 조각상 등이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은 오스카 와일드의 와상이다. 바위 위에 비스듬히 누워 공원 맞은편에 있는 그의 생가를 거만하게 바라보고 있다. 오스카의 상은 사진으로 본 적이 있어 별 감흥이 없었는데 양쪽의 아내와 동성애인을 받치고 있는 기둥에 눈이 갔다. 오스카가 남긴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Life is not complex,

We are complex, Life is simple, and the simple thing is the right thing.’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파견 중이었고, 그것은 파견 부서에서는 이방인을, 원 부서에서는 자리를 지키지 않은 자를 의미했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없었지만 회사 생활이 막연하게 불안했다. 그 가운데 떠나온 여행이다. 뜻밖의 좋은 만남으로 시작해서 도시 간을 달리는 버스에서 위로를 주고 끝에는 단순이란 단어를 내게 선물했다. 고맙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짐을 찾으면서 호텔 관리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일랜드에 와서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만들었어, 너네 나라 너무 좋아!”

진심이었다. 누군가가 여행에 관해 물으면 딱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확신에 차서 말할 수는 있다. 이 여행, 정말 좋았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