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 음료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맥주 취향도 부드러운 스타우트stout 쪽이다. 대표 흑맥주 기네스Guinness는 더블린이 고향이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Guinness Storehouse에서 제조 과정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내릴 곳을 정확히 몰라 두 정거장 지나친 탓에 찾는데 한참 헤맸다. 다행이 규모가 상당하고 내용도 충실해서 어렵게 온 보람은 있었다. 제조 과정뿐 아니라 여러 관점에서 기네스를 깊게 보여줬다. 투어 사이사이 시음한 맥주들은 하나같이 맛났다. 마지막 순서에서 기네스를 케그Keg에서 따르는 법을 배우고 각자 실습을 통해 본인의 기네스 드래프트Draught 한 잔을 만든다. 잔의 기울기 조정을 잘 해야 트레이드 마크인 초콜릿색 거품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할 수 있다. 플라스크와 시험관을 가지고 지지고 볶던 시절이 도움이 되었는지 성공적이었다. 각자의 기네스를 마실 곳은 맨 위층의 전망대다. 트인 조망을 위해 사방이 통유리다. 나무랄 데 없는 비주얼과 맛을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다.

 

저녁식사는 브래즌 헤드The Brazen Head에서 했다. 1198년에 문을 연,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펍이란다. 오래된 것들은 세월의 흔적을 무시할 수 없어서 그게 무엇이든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기대한 바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어수선하기만 했다. 인기 있는 펍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옛 정서가 느껴지지도 않는 애매한 시끌벅적이다. 감자 요리와 함께 기네스를 주문했다. 역사가 깊은 곳에서 그 지역의 대표를 찾는 당연한 마음이었다. 그 곳의 공기가 내는 맛을 바랐다. 그런데 나온 기네스를 보자마자 마음이 상했다. 방금 다녀온 박물관에서 배우기를 기네스를 따르는 첫 단계는 지문이 없는 깨끗한 잔을 준비하는 것인데 얼룩이 있었다. 분위기에 취하길 바랐건만 오히려 망친 기분이 식사가 맛이 있는지 가늠도 없게 했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