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을 사람들이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 [원스] 덕분에 더 관심을 받게 됐다. 마침 묵고 있는 호텔 맞은편이라 두 주인공이 함께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를 불렀던 월튼Waltons 악기점도 잠깐 들렀었지만 [원스]를 상기하기는 역시 그래프턴 스트리트Grafton Street가 제격이다. 남주인공이 버스킹을 하고 여주인공이 꽃을 팔던 그 거리다. 남주인공은 별난 곳에서 버스킹을 한 게 아니어서 정말 다채로운 버스커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경우는 너무 평범할 정도여서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눈길도 가지 않는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했던 이는 꾸부정한 자세로 샌드아트Sand Art를 하던 사람이다. 샌드아트를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길바닥에 모래 뿌려 놓고 휘젓는 모습이 아이들이 소꿉놀이하는 행색인데 뚝딱 그림이 완성되니 정말 마법 같았다. 색소폰으로 연주되는 렛잇고Let it go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던 꼬마도 한참을 흐뭇하게 봤다. 아이들의 그런 자유로움은 늘 부럽다. 그래프턴 스트리트 끝에는 세인트 스티븐 그린공원St. Stephen’s Green이 있다. 영화 속에서 동전이 담긴 기타케이스를 도둑맞던 곳이다. 넓은 잔디와 호수가 있는 작지 않은 공원이라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기에 좋아 보인다. 다만 새가 너무 많다. 새를 너무 무서워하는 나에게는 단점이다. 리피강Liffey River에도 새가 너무 많아 도망치듯 지났었는데, 여기도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더블린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은 템플바Temple Bar. pub과 식당, 갤러리gallery와 극장, 상점, 등이 모여 있는 곳으로 1960년 무렵부터 소매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정착함으로써 문화와 유흥을 겸한 지역이 되었다고 한다. 놓쳐서는 안되기도 하고 마지막 밤에 잘 어울리기도 할 것이다. 거리는 예상보다 더 활기가 넘쳤다. 간판을 꾸민 전구들은 화려하게 빛나고 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흥을 돋우었다. 예쁜 소품 가게들도 많아서 쇼윈도를 한참 구경하다 한두 곳은 결국 문을 열기도 했다. 템블바의 랜드마크는 더템블바The Temple Bar 펍이다. 구글Google에서 더블린을 검색하면 리피강 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그 빨간 집이다. 기념이 될 만한 곳이니 웬만하면 비집고 들어가겠는데 지나치게 사람이 많았다. 분위기만 살짝 맛보고 거리로 나와 다른 펍들을 기웃대니 열기가 뒤지지 않는다. 라이브live 공연 중인 한 곳을 골라 기네스 한 잔을 주문했다. 사람들은 자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선 채로 각자 알아서 마시고 알아서 즐겼고 그래서 나도 어색하지 않게 어울릴 수 있었다. 식사는 곽민지 씨가 에세이 [원스 인 더블린]에서 소개한 엘리펀드앤캐슬Elephant & Castle에서 했다. 소문난 집인지 1시간여 기다린 후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 곽민지 씨가 추천한 치킨 요리Spicy chicken wing in basket는 양념을 어떻게 썼는지 독특한 매콤함이 있었다. 두세 조각 먹었을 때부터는 입안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끊을 수 없어 다음 조각을 들게 하는 맛이었다. 바구니가 작지 않았는데 결국 한 조각도 남김 없이 다 먹었다. 아일랜드는 음식이 유명한 나라는 아닌데 의외로 이번 여행은 너무 잘 먹는다. 소개를 받은 곳도 있고 무턱으로 가기도 했다. 인터넷에 여러 번 언급됐으나 오히려 똑같기 싫어 다른 곳을 찾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모양으로 맛있는 식사들을 했다. 아일랜드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색은 아니었지만 먹는 이가 맛있게 즐긴다면 굳이 지역에 강박을 가질 이유는 없다. 내내 피시앤칩스를 먹는 것보다는 당연히 훨씬 나았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