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는 얘기/기록2018. 10. 31. 15:29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의 책방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방송인 오상진과의 연애 기사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다. MBC 라디오 <FM4U 굿모닝FM>을 방송인 전현무가 진행하던 때부터 토요일 코너였던 <세계문학전집>은 내가 즐겨 듣던 방송이었다. 지금은 다른 코너로 대체되었지만 꽤 최근까지도 이어졌던 프로그램은 코너 담당자도 꽤 여럿 거쳐갔지만 역시 그녀의 코너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그녀가 책을 정말 좋아하는 것이 낭독에 온전히 담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책방을 열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는데 이제사 와 보게 되었다. 특별한 꾸밈을 하지 않아 골목 풍경에서 튀지 않는 외관이 우선 맘에 든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는 아담하다. 20평 조금 못 되지 싶다. 사면 중 한쪽 벽만 매대로 활용했기에 비치된 책도 약 1000권 수준으로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큰 테이블이 안쪽 벽과 나란하게 있고 골목 쪽으로 창을 낸 반대편은 바 형태의 좌석이 있어 혼자인 이들에게 부담이 없다. 마주 앉을 수 있는 4인용 테이블은 두 세트 뿐으로 '책을 읽는 곳'에 충실하다. 오상진을 그린 그림과 김소영 자신과 닮아 본인의 캐릭터로 삼은 듯한 도라미 그림으로 벽을 꾸몄고 말린 꽃으로 천장과 책장을 장식했다. 내부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자본을 쏟아 부은 느낌은 전혀 없이 소박해서 나는 더 좋았다. 다만 유명인 부부의 책방이라는 것이 홍보의 가장 큰 포인트이겠지만 입구에 놓인 오상진의 입간판은 그저 웃음이 났다. 조명은 백열등의 따뜻한 노랑이고 음악은 책을 읽기에 방해 받지 않기에 적당하다.

 

 

 

놓여진 책들은 부부의 사적인 선호가 주로 반영된 것으로 짐작되나 이것은 추정일 뿐이다. 어떤 책을 들일 것인가는 책방 주인의 전적인 권한이겠으나 나름의 기준은 세워 두었지 싶다. 책들의 구분 또한 대형 서점의 일반적인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부부의 나름이다. '사랑', ' Now, Here', 등의 코너가 있었는데, 다른 때에는 다른 코너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시로 생각되는 '세계문학전집' 코너를 마련해 둔 것이 반가웠고,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MBC People' 코너를 둔 것이 특이했다. 중앙 기둥의 죽는 공간을 활용해 부부 컬렉션도 꾸며 놓았는데 이 곳은 아무래도 책보다 부부의 사진에 눈이 더 간다. 독특한 것은 부부가 책을 읽은 후 짧은 코멘트를 적어 책과 함께 두었다. 누군가는 메모 한 줄에 책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명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북적일 줄 알았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혼자 자기 시간을 갖는 손님 둘 뿐, 여느 동네 카페처럼 조용했다. 오후 한 때를 보내는 동안 손님들이 계속 들고 날고는 하였지만 자리가 모두 차진 않았고 여럿이 함께 와 차를 마시고 가는 그룹도 있었으나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였다.

 

서점을 기대했는데 북카페에 가깝다. 합정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아메리카노 한 잔, 5000원으로 음료의 가격이 싼 편은 아니나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상업 공간은 아니다. 정말 책이 좋아 책을 읽을 공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라 나는 더 맘에 들었지만 말이다.

 

https://www.instagram.com/danginbookplant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