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10. 7. 3. 20:53
2007 뮤지컬 [쓰릴미]


2007년. 충무아트홀 소극장 맨앞자리 정가운데 자리에서 만났던 '쓰릴미'를 3년이 지나 신촌더스테이지 2층 맨뒷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니깐 그렇게 노래노래 부르던 최재웅-김무열 페어 티켓을 구했었단 거다. 꺄욧 >.<

그러나, 사실 공연을 보고 난 후 마음은, 기대만큼의 마음에는 많이 못 미친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아무렴 이 작품은 관객의 집중도를 얼마만큼이나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초연 때 내가 이 작품에 반했던 가장 큰 이유도 숨죽인 채 한 호흡을 끌어낸 긴장감이었으니깐.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3년 전 그 때만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자리 탓도 있을 것이고, 익히 결말을 알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어떻게 달라졌을까? 비교분석에 촉수를 뻗은 것도 방해를 했다면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무대에 딴지를 걸고 싶다. 초연 때 무대를 잊을 수가 없는데, 피아노 한 대가 중앙에 있고, 주변에 회색 블럭 몇 개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회색 블럭은 그 나름대로 그의 침대가 되기도 하고, 나의 탁자가 되기도 했다. 그들이 있는 장소나 시점은 어차피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단조로운 무대가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 공연장에 들어섰는데, 보랏빛 저 화려한 쇼파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쪽 구석에는 꽤 고풍스럽게 보이는 나무도 한 그루 서 있네. 이런. 덧붙여 배심원석이라는 좌석이 무대 양편에 생겼다. 혹자들은 그 멋있는 배우들과 그리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관객을 배려한 좌석배치에 환호했겠지만, 내가 작품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음은 당연하다.

또 하나, 너무 에로틱해졌다. 알려진데로 두 주인공은 동성애 관계다. 충분히 에로틱할 수 있는 관계이긴 하나, 그것이 꼭 자극적으로 표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심리 싸움이라니깐! '쓰릴미'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성공을 한 것에는 분명 멋진 슈트발의 두 남자 배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점점 더 두 사람의 동성애를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쪽으로 온 거 같은데, 그건 말 그대로 자극적이게만 했을 뿐. 작품에 좋은 영향은 아니었던 듯 싶다.

그럼에도 쉽사리 다시 보지 못할 듯 싶은 최재웅, 김무열 페어를 이리 만난 건 행운이었던 것 같다. 최재웅의 목소리와 표정은 어디 흠잡을 데가 없으며, 이제는 너무 스타가 되버린 김무열의 '그'는 역시나 충분히 멋있으니까.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