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10. 12. 19. 13:59
Billy Elliot The Musical in London Victoria Palace Theatre


한국판 빌리 엘리엇이 어떤 모양을 갖고 있을는지 그 궁금함 하늘을 찌를 듯 한 것을, 작품의 성패에 빌리의 역할이 99%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기에, 대한민국 1대 빌리들이 공연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 많이 성장할 것을 기대하며 참고 참으며 미뤄왔던 빌리 엘리엇을 드디어 관람했다.

15분의 인터미션을 포함하더라도 3시간 공연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빌리를 만나는 시간이라면 그저 일분일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고 밖에.

 

번역과정에서 코믹코드를 놓치지 않고 한국화시켜 주어 틈틈이 웃음을 줬고, 할머니의 회상 신, 죽은 엄마의 등장 신 등에서는 따뜻한 감성이 전해졌다. 광부들의 파업과 발레수업이라는 전혀 상반된 상황이 동시에 대립적으로 한 무대에 재현되는 연출은 영화에서보다 더 그 시대의 아픔을 경험하게 했다. 영국 초연 연출은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스티븐 달드리가 맡았는데, 그는 아마도 영화에서부터 이런 대립적 장면을 그리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원작 영화가 음악과 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음악과 춤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이 회자되는 성인 빌리(빌리의 그림자)와 함께 춤추는 ‘Swan lake’ 장면이나, 최고의 명장면 ‘Electricity’는 물론이거니와, ‘Angry dance’ 장면 또한 너무 강렬해서 나는 1막이 끝난 후 마음을 어찌해야 하나, 그야말로 Electricity(전율)에 빠진 상태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2년여 전 한국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누가 빌리를 할 것인가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내가 만난 빌리 이지명군, (다른 세 아이들도 이만큼 해 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와우! 어떤 분의 표현대로 누나들 지갑 좀 열게 하겠다.

 

그러나 영국에서처럼 합격통지서를 받은 후 빌리가 가족들을 놀래켜 주려고 트릭을 쓰는 것으로 연출된 장면은 여전히 나는 아쉽다.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이 겉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조용히 눈물이 되어 나오는 영화에서의 그 장면이 나는 너무 좋은데…..

 

이 작품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너무 예쁘고 귀여우신 할머니, 아들의 꿈을 위해 동료를 배신하고 탄광으로 향하는 아버지, 끝까지 거칠지만, 동생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형, 무뚝뚝해 보이지만, 빌리의 재능을 진심으로 격려하는 윌킨슨 선생님, 너무 좋은 친구 마이클 (오 마이클 역의 김범준군 완전 예쁘게 생겼다.ㅋㅋ),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빌리.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물론 음악과 춤이겠지만, 그 춤이 일회성 눈 정화제로 끝나지 않고 꾸준한 감동으로 남는 것은 이 좋은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