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08. 7. 27. 14:07

도버해협을 건너기 위해 무려 105유로를 들여 유로스타를 타야 하는 재정적 어려움과 번거로움에도 짧은 여행일정에서 런던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저 웨스트엔드 때문이었고, 다른 많은 준비들이 미흡한 가운데에서 출국 하루 전날 내가 택한 나의 스케줄은 모든 것을 제껴 두고 영화 '빌리 엘리엇'을 다시 한 번 감상하는 것이었다. 첫 도시였던 런던은 기억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런던을 아쉬워하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빌리의 무대를 만나러 간 도시였고, 바라던 대로 그 곳에서 만난 빌리가 내가 기대한 바를 온전히 채워줬기 때문이다.

영화' 빌리 엘리엇'을 다시 보면서 느낀 것은 뮤지컬 감상을 위한 공부였기 때문이었는지 이미 뮤지컬로 만들 작정이었던 것처럼 뮤지컬적인 요소가 영화 곳곳에 있다는 것이었고, 예상한 대로 그 요소들은 무대에서 온전히 빛을 발한다. 오히려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사실성이 더해져 빌리의 춤실력 향상이 꽤나 느렸던? 것에 비하여 무대에서는 그야말로 일취월장하여 놀라운 움직임들로 채워졌고, 엘튼 존의 음악과 너무 잘 어울려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엇'의 '빌리'역은 오디션을 통하여 선발한 후 계속적으로 트레이닝하여 키워지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정말 저 어려운 동작들을 어떻게 저 아이가 소화해 내는 것인지 그저 신기한 마음으로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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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성인 빌리와 함께 백조의 호수를 연기하는 장면과 수없이 돌아다니는 동영상 Electricity 를 부르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유럽의 여러 미술관 다니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세상에 인간의 몸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는 듯 한데, 음악에 맞춰진 정교한 움직임은 순간순간이 그림이 되는 듯 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서 내가 가장 감동 받은 장면은 빌리가 국립발레단으로부터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기뻐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감격에 겨워 가족에게 알리는 것도 잊은 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는데, 이 부분이 무대에서는 가족들을 놀래켜 주기 위해 빌리가 불합격한 듯 연기하는 것처럼 연출된 것이 하나. 영화의 엔딩은 빌리가 성인이 되어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를 연기하게 되고 그걸 아버지와 형이 보러 오는 것이기에 무대에서도 짧게라도 매튜본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을 보나 싶었건만, 무대는 빌리가 런던으로 떠나는 것으로 끝낸다. 아쉬워 아쉬워...

언제고 어디서나 내 발목을 잡는 그놈의 영어 때문에 대사를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영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흐름은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기대보다 더 놀라운 움직임들이 무대에서 펼쳐짐에 감동했던 시간이었다.






그제 포털뉴스를 얼핏 보니 2010년 빌리의 무대를 우리나라에 올릴 예정인가본데, 과연 빌리역은 누가 소화해 낼 것인지...????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