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뮤지컬도 맞춤이 전략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관객들에게 무작정 많이 봐달라 하지 않고 어떤 특정한 관객층을 공략하는 작품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고. 우리의 아줌마들을 신나게 했던 '메노포즈'와 1990년대 TV를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 추억여행을 안내한 '젊음의 행진'을 대표적인 예로 소개했다.
'텔 미 온 어 썬데이'도 같은 길을 걷는다. 모노 뮤지컬이라는 신선함에 화려한 캐스팅, 인기 연출가까지 홍보에 한 몫 했겠으나 대놓고 지목한 30대초반 싱글여성, 딱 그 중심에 서 있는 나는 '수많은 브리짓 존스들에게 띄우는 뉴욕의 로맨틱 러브레터'라는 홍보 문구 한 줄만으로도 충분히 걸음을 하였으리라.
새단장 후 화려해진 두산아트센터로비를 지나 들어선 연강홀. 넓지 않은 사각무늬의 마름모꼴 무대위에 쇼파 하나. 여자모노뮤지컬에 어울리게 깔끔한 무대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간단한 소품들로만 채워졌으나 다양하게 사용된 화려한 조명과 잘 어울려서 무대를 따뜻하게 채웠다.
'Tell me on a Sunday', '(이별통보는) 일요일에 말해 줘요'라고 제목이 말하듯 이 작품은 싱글여성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뭔가 다를 거 같은 뉴욕으로 건너온 데니스. 그곳에서 시작된 세 번의 사랑은 그 모양은 제각각이나 익히 짐작되듯 모두 핑크빛으로 시작되었지만 상처로 끝이 난다. '뉴욕이라고 모 다르겠니?' 라고 관객에게 묻듯. 이 지점에서 역시 공감대라는 걸 무시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명의 배우만 나와서 들려주듯 하는 뻔한 이야기는 공연 중간중간 하품을 해 대는 남자관객들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분명 지루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별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니스를 안아주고 싶었고, 그녀가 'Somewhere, Someplace, Sometime'를 부를 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얼마전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까지 타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김선영씨의 성량이야 익히 알았던 것이나, 특별히 그동안 보아왔던 배역들, 루시, 에비타, 알돈자,와는 다른 푼수끼 있는 모습이 신선해서 좋았다. 그리고 모노뮤지컬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남자배우들을 목소리만으로라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
마지막으로 소극장에서의 웨버 음악은 어떤 느낌일 지 궁금했는데, 몇 개 넘버는 입가에 남아 있는 걸 보니 역시 웨버라 할 수밖에.
보고 듣고 느낌2007. 11. 26.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