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11. 11. 27. 16:46

예전에 한 평론가는 뮤지컬계에서 배우 '조승우'의 영향력에 대해 "흥행에 성공하고 싶은가? 그냥 이 배우가 출연을 원하는 작품을 만들라."라고 했다. 이렇다고 하면, 영화를 제하고, '조승우'의 제대 후 첫 뮤지컬 출연작은 물론 <지킬앤하이드>였으나, <지킬앤하이드>는 지금의 '조승우'를 만든 작품으로 '조승우'의 재출연이 그리 놀라울 게 없었으니 제껴 두고 나면, 바로 이 작품, <조로>가 의미가 있게 된다. 언젠가부터 너무 화려하기만 한 대형 뮤지컬에 조금 질린 나같은 사람까지도 극장으로 불러낸 데에는 아무렴 '그'를 비롯한 신뢰를 갖게 하는 화려한 캐스팅, 그들의 선택이었다는 거다.

뮤지컬 <조로>는 잘 알려진 스토리와 영웅 캐릭터, 화려한 플라멩코와 액션 등 작품 그 자체로도 충분히 기대치를 높인다. 그러나 잠깐 언급했듯, 화려하기만 한 작품은 때로 의외로 관객의 마음을 싱겁게 내려놓지 않던가. 그래서 조금 불안했던 게 사실. 그리고 작품을 보고 난 지금은, 예상한 바 반, 의외로 반 정도 되겠다. 충분히 즐겁기도 했으나, 역시 극장을 나설 때 감동의 도가니? 모 이렇지는 않더라고.

폭군 라몬의 탄압에 괴로워하는 시민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라몬 일당의 계획을 무산시키고, 시민들을 구해 주는 영웅 조로의 활약상과 그의 숨겨진 정체, 주변 인물과의 관계들이 <조로>의 스토리다. 그러하니 무대 위의 <조로>의 매력은 일단은 화려한 검술 액션. 극장에 들어서니 관객 위를 가로지르는 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과연 우리의 영웅은 언제쯤 저 줄을 타고 날아줄 것인가는 나의 관점 포인트 중 하나였는데, 라몬이 루이자와 강제 결혼식을 올리려는 마지막 순간, 멋지게 날아서 루이자를 구하더라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액션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결투 이미지를 형상화한 군무 형태로 보여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실제로 칼 부딪히며 싸우는데, 하핫. '조승우'의 작은 체구는 날렵하긴 한데, 각은 좀 아니더라구요. 반면 제복 입은 라몬, 최재웅은 좀 태가 나요.

주인공 디에고는 공부하라고 유학 보내놨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집시들과 어울린다. 그리고 루이자의 설득으로 디에고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이네즈를 비롯한 함께 놀았던 집시들이 동행한다. 그래서 집시들의 플라멩코가 자연스럽게  <조로>의 무대를 여러번 채운다. 스페인의 정열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그들의 즐거운 기운은 충분히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이네즈, '김선영'의 시원시원한 창법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앙상블의 에너지를 최고로 끌어올린다. 모든 작품에서 변화를 보여준다기보다, 한 캐릭터가 그저 조금 변주만 될 뿐이라는 인상이 아쉬우나, 그녀의 노래, 춤, 연기에 대해 역시 흠은 잡을 수 없다.

아무래도 뮤지컬 <조로>는 위의 두 가지, 액션과 플라멩코가 전부일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의외로 반한 것은 하얀 의상을 입은 여자 앙상블들이 민중들의 아픔을 노래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들의 음악은 한국적 정서, 한을 공감케 하였는데, 무조건 슬픔을 배가시키기 위해 늘어지는 것과는 다른 애수가 있었다. 앙상블이지만 한 구절씩 솔로 파트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가창력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또 맘에 들었던 장면은 루이자와 조로의 동굴 장면, 서로를 향한 애타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부르는 듀엣 씬은 모든 작품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조승우'가 이런 작품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조로>에는 애드립스러운, 처음엔 조금 의심했으나 애드립은 아닌 듯 하다, 코민 코드가 꽤 많이 등장하고, 상당한 비율로 주인공 디에고이자 조로가 담당하는데, 나의 편견인지 모르나, '조승우'하면 좀 진지해지지 않나?, 게다가 춤까지 연결시키면...... <헤드윅>같은 작품과는 또 다르잖아. 그리고 숨이 가빠 그랬는지, 공연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습 부족인지 두 번의 대사 실수까지 들리니, 조로 캐릭터는 그에게 괜한, 과한이 아니라, 욕심인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무대 위 배우가 스스로 즐기면서 하는구나가 전해졌다면 관객마저 즐겨야 하는가?는 아직까지는 물음표.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