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10. 9. 6. 16:18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를 보았다. 2인극이라서 솔깃, 출연진이 많지 않아 오히려 집중도를 높이는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에 높다. 신춘수 프로듀서의 연출데뷔작이라기에 한번 더 궁금했더랬다. 그리고 한 때 나는 그냥 '김종욱' 자체인 록군의 옆선에 정신 못 차린 전력이 있지 아니한가? -_-;;

이야기의 시작은 토마스가 엘빈의 송덕문을 읽기 위해 장례식장에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린시절 분신처럼 함께 했던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덤덤하게 반응하고 싶지만, 나는 토마스가 그랬을 거라고 느꼈다. 요즘말로 최대한 쿨하고 싶었을 거라고, 도무지 그의 죽음이 이해도 되지 않고, 이건 극 속에서 전혀 설명되지 않으므로 관객인 나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송덕문 또한 쉬이 써지지 않는다. 명색이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말이지. 그리하여 그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야 친구를 기억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많이 엘빈의 이야기로 채워졌는지,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엘빈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우정'을 이야기할 때 과거 추억 회상하기만큼 진부한 것이 또 있을까 싶은데, 이 작품은 작가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직업, 즉 '글쓰기'에 대한 담론?을 펼치면서 상투성을 빗겨 가는 게 좋았다. 그들의 어린 시절 추억 또한 흔한 이야기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톰 소여의 모험', '멋진 인생', 그리고 '나비 효과'까지 쉬이 묻히지 않을 키워드를 남긴 것이 나는 참 신선했다. 그것마저 너무 교훈스러웠다고 하면 그건 되려 단점이 되려나?

2인극을 펼치기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은 좀 넓지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 서재를 구현한 듯한 무대는 생각보다도 더 깊이 있게 채워져 있었고, 종이마저 꾸준히 흩날려 주니 허전함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토마스와 엘빈의 추억을 되새김하는 것이 스토리의 주축이다 보니 특별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특별한 무대와 소품이 필수적인 게 아니어서 무대가 덜 채워졌다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은 없었다. 눈송이가 날리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갈색톤의 배경이 정말 잘 받쳐 주더라니까.

신성록을 무대에서 처음 봤을 때, "김종욱 찾기"였다., 노래를 참 조심스럽게 부른다고 느꼈었다. 그 땐 신인?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신성록은 노래를 본래 그렇게 부르는구나;;; 내 취향은 아니나 그래도 워낙에 받쳐 주는 비쥬얼이 있으니 용납할 수 있다. 게다가 경직되어 있는 토마스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 간간히 보여주는 웃음코드는 충분히 귀엽고 매력적이었으니까요. 이창용은 기대이상이었다. 내가 엘빈을 오해하지 않았다면 참 엘빈스러웠다고 할까?

프로그램을 보니, 신춘수 프로듀서는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꽤나 고생을 하신 듯 하다. '딱히 어떤 지점을 잡아내기 어렵지만 슬쩍 극이 늘어지기도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살짝 졸기도 했거든요, 전 날 거의 날밤 샌 이력이 있긴 하지만...' 이라고 싫은 소리를 전할 수도 있겠지만 데뷔 무대로 이 정도면 후한 점수를 드릴 수 있을 거 같다. 공연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오랜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충분히 따뜻했으니.

누군가를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공유할 기억이 있다는 것.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