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10. 2. 15. 19:18
배우들이 단 한 곡의 노래도 부르지 않는 댄스극을 과연 뮤지컬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나, 초연됐던 그 해 토니상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면서 그 형식이 어떠하건 뮤지컬로 분류되고 있는 작품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컬 중에서 특별히 본인은 화려한 춤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쇼 뮤지컬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선호하다 보니 처음부터 댄스 뮤지컬이라고 간판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지만 이 작품에 눈길을 준 것은 그 주제 때문이다. 'Contact', 즉 '소통'을 이야기한다고 하니.

작품은 'Swing', 'Did you move?', 'Contact', 이렇게 세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에피소드별로는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만 각각은 '소통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 '소통을 갈구하지만 가장 소통하고 싶은 남편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 여인', 그리고 '당장 소통이 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남자'(더뮤지컬 No.76 2010년 1월호 참조) 의 이야기로 큰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의 초연 연출가인 수잔 스트로만의 인터뷰에 의하면 세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맨 나중에 첫번째 에피소드 'Swing'이 추가되었으나, 이야기가 거꾸로 전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공연을 본 지금 나도 역시 동감한다.

작품을 보기 전 어느 정도는 작품의 성격이나, 형식, 숨겨져 있는 작은 반전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반전이라도 몰랐으면 조금 나았을까? 1막을 구성하는 첫번째, 두번째 에피소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좋은 음악에 현란한 춤사위가 계속되지만 역시 노래가 없는 것이 심심했고, 비슷한 동작이 반복되는 듯한 지루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이런 작품인 줄 알고 있는 사람이 이러하였으니 효도선물 받고 오신듯한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1막 후 "무슨 뮤지컬이 노래 한 곡도 안 나와?" 하시며 짜증섞인 실망감을 표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2막, 세번째 에피소드, '컨택트'는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왜 이 작품의 상징처럼 그려지는지도 납득이 갔다.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지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스윙댄스의 매력도 물론 충분했다. 그리고, 반전......을 뒤엎는 반전에 대해서 입다물어준 (적어도 나는 몰랐었다.) 여러 매체에 감사했다. 그 반전으로 이 작품이 난 참 맛있었다.

무려 대사까지 있었던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주원의 매력이 새삼스러웠다. 눈에 띌 정도의 예쁘다 싶은 얼굴은 분명히 아닌데, 그녀가 지닌 감히 범접할 수 없겠는 도도한 포스는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인'에 너무나 딱이었다. 그리고 마이클 역의 장현성. 춤을 못 추지만, 나중엔 춤으로 소통을 하게 되는 마이클 역을 너무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게 연기일까?, 실제일까?. 실제로 춤을 잘 못 춘다고 했던 인터뷰를 보긴 했는데... ㅋㅋ ^^;

무엇보다 '소통'이란 화두를 꺼내면서 오직 '춤'으로만 얘기할 수 있다고 믿은 연출가 수잔 스트로만의 확신에 박수를 보낸다. 안무가 출신답게 그녀는 '춤'에 대해서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춤'과 '소통'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