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07. 11. 5. 10:31

본 지 한참인데 금방 후기가 써지지 않았다.
너무 늦게 끝나 친구의 버스시간을 걱정하며 허둥지둥 나왔지만 친구를 배웅한 후에는 결국 가슴에 무거운 뭔가가 나를 답답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스위니 토드는 즐겁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되려 좀 힘들다고 할까?
그렇지만 힘든 만큼 충분히 만족스럽다.

시놉시스도 알고 있었고, 시놉만큼이나 실제 무대도 기존의 뮤지컬 공식을 완전히 깬다는 기사도 여럿 접했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도 어느 정도는 한 가운데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직접 만난 무대는 2시간50분의 제법 긴 시간동안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집중을 끌어내면서도 생각처럼 피튀기는 엽기는 아니여서 그 수위 조절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그렇다 해도 작품은 익히 들어왔던대로 기존의 뮤지컬과는 사뭇 달랐는데, 일단 철창으로 구성된 음침한 무대는 귀를 찢어대는 소음을 담아내기에 적절했다. 손드하임 음악의 그 불협화음은 그 명성대로 굉장히 낯선 것임에도 극과 너무 잘 어울려서 놀라게 했다. 내용이야 워낙에 엽기적인 한 남자의 삐뚤어진 복수극으로 이 역시 뮤지컬이란 장르와는 어울리기 쉽지 않음에도 비극이 불러온 비극을 각각의 캐릭터들이 갖는 논리와 이야기들로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게 한 구성은 뮤지컬이 즐거운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관객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위니의 류정한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기에는 조금 순진하지 않나 싶었는데 어쩌면 스위니는 정말 순진한 한 남자이지 않았을까?  인육파이라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하며 능글맞게 복수에 협조하는 러빗부인, 박해미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 줬지만 간혹 러빗부인보다 배우 박해미가 드러나는 게 박해미에겐 약점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안소니와 조안나가 극에서 겉도는 게 거슬렸으나 워낙 비중이 낮았으니 넘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절뚝거리는 바보 연기를 리얼하게 하면서 고음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었던 홍광호 노래에 대한 칭찬은 나도 빼놓을 수 없겠다.

쏟아지는 신발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떼로 널부러지는 사람들도 인상깊었다. 스위니의 의자는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그보다도 대야를 마주하고 선 배우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요장면)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