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낌2008. 3. 17. 22:53

3월에 한 번은 집에 갈테고, 아마 다음주쯤?(22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몸이고 마음이고 내 상태가 너무 아니었던 것이다.
화요일 영어세미나를 앞두고 영어울렁증에서 비롯된 것이라 확신되는 편도선 붓기를 시작으로.
영어세미나를 마치고는 완전히 KO되어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

서른하나에 여전히 학생이고, 짝꿍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당장 월세도 내야 하는데 왜 나는 가난한 것이며, 결정적으로 내 몸은 왜 이리 약해져서 이렇게 자주 아픈거냐고. 젠장!
목요일쯤에는 드디어 삼십대 맞나 싶게 엉엉 울어제끼는 어이없음을 표출하고 말았으니......

대략 이러이러했으니 집밥과 엄마간호가 얼마나 고팠겠냐고..
이러한 시점에 달리가 콘서트 소식을 전해왔으니 내 맘이 동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서론이 길었다만 그래서 달려간 한겨레신문사 주최 한겨레 스무돌 기념 콘서트였다는 게 요지다.


추억의 순악질여사 김미화씨의 사회로 진행된 공연의 음악손님은 이상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한철. 그리고 신영복 선생님은 이야기 손님으로 자리를 빛내 주셨다.

개그우먼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린 김미화씨의 소탈한 진행도 좋았고,
전혀 미리 짜지 않았다는 진정한 라이브 대화속의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은 한구절도 버릴 게 없더라.
선생님. 저도 붓글씨 좀 어떻게.;;;;

이상은은 몇년전만 해도 나무젓가락 같더니 살이 좀 붙어 훨 보기 좋은 소녀?(데뷔20주년이 됐다 하더라. 그렇지만 그녀는 여전히 소녀답던걸)가 되어 있더라. 사랑이 막 시작되어 헤어져 혼자가 되기까지의 노래들을 봄스럽게 담아주어 고마웠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는 묘하게 인연이 닿는 느낌이다. 나는 어떤 추억덕에 특별한 마음이야 있지만
그들을 열렬히 사랑하는 팬이라 하긴 좀 뭐한데, 주변인들덕인지 꽤 가까운 느낌에 이리 우연히 만난 공연에서도 만나는 우연이란. 그런데 여하튼 단언할 수 있는 건 공연이 더 좋은 밴드라는 것. 특히나 1집만 듣고 이들이 졸립다고 하지 마세요.(저는 그랬었어요.) 어쩌면 이들의 매력은 공연 중 적절한? 타이밍에 던지는 민홍님의 '우리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입니다' 일지도 몰라. 그리고 김미화씨 감탄했듯 은지양 목소리는 정말 예술이다.

마지막으로 이한철과 그 무슨 밴드더라. 하여튼 연분홍남정네들. 이한철답게 달려주셔서 신나게 놀았다. 사실 '이한철이 조금만 덜 오도방정을 떨어도 박수가 더 나올 거 같애'란 생각도 잠깐 했으나, 역시 이한철의 매력은 그 오도방정 날뛰는 거 아닌가 싶다. 앵콜 두곡까지 해서 열심히 땀흘려줘서 그저 감사. 그리고 그 관악기 3종남정네들.. 나 그대들 왜 이렇게 귀여운거니!

너무너무 즐거웠다. 감기도 잊고? 놀았네.
그 날의 호스트 달리양.. 너무너무 땡큐였어.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