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슈테판광장Stephansplatz 근처 브람스의 옛 하숙집을 찾았었으나 현판만 있을 뿐 내부를 개방하지 않는 일반인이 사는 주택이었다.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그 많은 음악가들이 머물렀던 곳들을 모두 기념관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므로 누가 언제 이 곳에 살았다.’라는 표시만으로도 고맙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어서 찾은 곳이 하이든하우스다. 하이든하우스는 하이든이 죽기 전 12년 동안 살았던 집인데, 방 하나가 브람스로 꾸며져 있다고 했다.

 

실제 살았었던 주택을 개조한 기념관의 경우, 주택가 집들 중 한 곳일 것이므로 찾기가 쉽지 않은데, 빈은 유적지마다 오스트리아 국기로 ‘Wien’‘W’ 모양을 만들어 표시해 두어 비교적 헤매지 않을 수 있다. 서역Westbahnhof 근처 평범한 주택 단지에서 하이든하우스도 W 깃발 덕에 어렵지 않게 찾았다. 전시물이 많지는 않아서 피아노와 악보, 데스마스크 정도였다. 그리고 브람스의 방은 더 단출했다. 초상화가 있어 브람스 코너인 줄 알지 그마저도 없이 대강 훑어보면 브람스 유적인 줄도 모를 것 같다. 스물아홉 빈에 와서 죽을 때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빈에서 성실히 음악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이력에 비하면 볼 것이 너무 적지만 전 날의 아쉬움은 그래도 조금 달랜 셈이다.

 

베토벤의 경우 가난한 음악가였던 탓에 빈에서만 80번 가까이 하숙집을 옮겼다고 하는데 그 중 의미가 있는 몇 곳이 개방 중이다. 그 중 영웅 교항곡Symphony [No. 3] in E-flat Major, (Eroica) Op. 55' 작곡한 곳인 에로이카하우스Eroicahaus를 찾아 갔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금요일에만 운영한다고 들어서 맞춰 간 거였는데, 그 뿐만 아니라 예약제였다. 우리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것이다. 베토벤 때문에 빈에 온 동행은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수 없다며 안내판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사정했다. 의미가 제대로 통하긴 하는 것인지, 영어와 독일어가 섞이고 전화이니 소용없을 것인데 보디랭귀지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간절함은 전달되지 못했거나 전달은 되었으나 원칙에 의거하여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앞마당 모습만 카메라에 몇 컷 담고는 돌아왔다. 동행은 야속해 했고 옆에서 보는 나도 너무 속상했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