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와 마찬가지로 골웨이를 떠나 더블린을 향하는 길은 계속 초록이다. 한번 경험해서 놀랍지는 않아도 좋은 것은 또 봐도 좋아서 음악을 들으며 풍경만 보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더블린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 20분쯤, 너무 일러 짐만 먼저 맡기려 했는데 바로 체크인이 되었다. 내 방은 건물의 맨 꼭대기였다. 3층의 높지 않은 건물이라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꽤 힘든 수고 후에 만날 수 있었다. 지붕의 기울기가 그대로 전사된 비스듬한 천장 아래 작은 싱글 침대와 옷장, 테이블이 오밀조밀하게 놓여 있었다. 좁다고 생각하면 불편한 느낌이겠지만 아늑하다고 여기면 혼자 지내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오긴 왔는데 사실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체크인을 할 때 프런트에서 소개 받은 몇 곳을 머리에 넣고 일단 길을 나섰다. 호텔이 있는 골목은 대로는 아니지만 나름 크고 작은 상점들이 모여 있어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그 중 나무 상자를 그대로 덧댄 것처럼 앞으로 튀어나오게 디자인한 간판이 눈에 뜨였는데 바비큐 식당, 피트브로Pitt Bro’s BBQ이다. 점심 시간 버거 세트가 단 10유로라는 보조 입간판까지 놓치지 않은 덕에 더블린에서의 첫 맛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맛은 정말 제대로였다. 버거의 맛은 패티가 좌우하는 법인데 훈제 바비큐 식당이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런치 세트는 사이드와 음료 외에 특이하게도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포함이었는데 버거의 느끼할 수 있는 끝에 차가운 부드러움이라니, 이 조합 추천이다.

 

더블린 성Dublin Castle은 어릴 적 상상 속에서 멋진 기사를 그렸던 성의 모습 그대로였다. 새로움은 아니었지만 회색벽돌이 켜켜이 쌓인 모양은 익숙해도 여전한 고풍스러움이었다. 지금 성의 자리는 930년대 덴마크계 바이킹이 도시를 보호하기 위하여 요새와 옹벽을 세웠던 곳이었지만 지금의 성은 13세기 잉글랜드 존 왕이 처음 건설했고 이후 수세기에 걸쳐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1922년 아일랜드가 독립전쟁의 성과로 자유국의 위치를 얻을 때까지 아일랜드 내 영국 세력의 근거지가 되었던 곳이고 현재는 주요 국가 행사에 이용된다고 한다. 내부는 정해 준 시간에 맞춰 입장하게 해서 혼잡하지 않았다. 내부는 성보다는 궁전같았는데 카펫과 상들리에가 여느 유명한 궁전의 것에 빠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래서 특별한 감탄이 되지도 않았다.

 

여전히 꿈에 지나지 않지만 쓰기에 집착하는 내게 더블린 작가박물관Dublin Writers Museum은 당연히 방문해야 할 곳이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작가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고 그들이 남긴 책, 편지, 소장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더블린 사람들]을 손에 들고 비행기에 오르긴 했었으나 전시된 작가들 대부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깊은 관람은 되지 못해 반성했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을 벌써 넷이나 배출한 나라다운 자부심은 충분히 느껴졌다. 영화 [원스Once]의 영향으로 더블린을 음악과 연결시켰었는데 이 곳은 문학의 도시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