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웨이를 먼저 보고 더블린으로 되돌아오는 일정이었기에 더블린 공항에 내리자마자 골웨이행 버스를 탔다. 동에서 서로 아일랜드 내륙을 달리는 길은 끝없는 초록이었다.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한 숲을 지나면 평원이 나타나고, 숲도 평원도 아니면 소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이었다. 이 나라를 잘 모르지만 아일랜드라는 단어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마 이랬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면 내 마음이 잠시라도 평안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정말 마음이 넓어진다. 일과 관계에서 꼬여 있는 문제들도 어쩌면 그 시작을 찾아 조금씩 풀 수 있을 것도 같다. 앞으로 특별한 무언가가 없을지라도 지금 이 풍경이 준 위로를 해치지 않는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도착하여 호텔 체크인까지 마치니 오후 2시쯤 되었다. 요기를 위해 많은 이들이 언급했던 맥도나흐Mc Donagh’s를 먼저 찾았다. 1902년에 영업을 시작한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 전통 맛집이라고 한다. 대구튀김은 갓 튀겼는지 아직 온기가 남았는데 속살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했다. 감자튀김은 그냥 무난한 정도.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중아와 국이 서로 티격태격하던 게 생각나 혼자 웃었다.

너네 음식은 김치가 다잖아!”

너네 음식은 감자가 다잖아!”

얼마나 특색 있는 음식이 없으면 피시앤칩스가 대표 음식일까, 정말 감자가 다인가 보다.

 

골웨이는 아일랜드 제3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행정구역 상 구 정도의 크기로 시내 구경은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중심가는 작은 골목들이 꽤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크지 않은 규모의 상점, 식당들의 아기자기한 장식이 어우러져 하나같이 예뻤다. 아일랜드 전통 보석, 클라다 링Claddagh Ring 매장도 여럿 있었다. 클라다 문양의 두손은 당신에게 바치는 우정, 왕관은 당신에게 바치는 충성, 하트는 당신에게 바치는 마음을 뜻해서 약혼의 증표가 된다고 한다. 의미를 생각하면 달리 보이긴 하지만 세 문양의 조합이 어쩐지 투박해 보여 눈요기로만 즐겼다. 번화가를 빠져 나오니 코리브 강River Corrib이 보인다. 강이라고 하기엔 폭도 좁고 길이도 유럽에서 가장 짧다고 한다. 그러나 그래서 작고 예쁜 도시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로 옆으로 난 산책로를 걸었다. 주변 주택들은 키가 작아 아담한데 색이 알록달록하여 지루하지 않았다. 산책로가 끝나는 샐먼위어브리지Salmon Weir Bridge까지 오면 골웨이 대성당Galway Cathedral을 만날 수 있다. 상상했던 것보다 크고 회색 돌벽이 주는 느낌이 엄숙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태도가 저절로 조심스러워졌다. 내부는 유럽 여느 대성당 못지않게 화려했는데, 특히 제대로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꽃잎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뜨였다. 게다가 마침 건축된 지 50주년을 맞아 사진을 전시 중이어서 성당 역사도 잠깐 훑어볼 수 있는 기회까지, 만족스런 관람이었다.

 

첫날이라지만 여정이 이렇게나 순조로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 좋은데, 딱 하나, 날씨가 변덕이다. 약간 쌀쌀하다 싶은 정도로 다니기에 나쁘지는 않은데, 맑은 하늘이었다가 뜬금없이 비가 오기를 벌써 세 번째다.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다. 낯선 곳에서 내리는 비를 구경하며 따뜻한 커피 한잔, 꽤 낭만적이다. 딱 한 가지 아쉽다면 이 집 카푸치노가 심하게 달다. 그러나 그쯤이야, 나는 여행자로서 이미 충분히 너그러워졌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