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동으로 가는 셔틀트레인에서 우연히 이정은 배우를 만났다. 보통은 연예인을 봐도 알은체하지 않는데 그녀는 너무 연예인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어 오히려 인사를 건넸던 것 같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서빙고역을 맡았던 그녀는 드라마가 잘 된 덕에 포상휴가를 가는 길이라 했다. 나도 재미있게 본 드라마라 작품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즐거운 대화가 꽤 오래 이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를 한 번 하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문자메시지, ‘우연한 만남 많이 하시고……’, 미처 생각 못 한 부분인데 기대되는 것이 하나 더 생겼다. 언젠가의 식사는 성사가 쉽지 않겠지만 출발선을 잘 끊어 좋은 만남이 계속 이어졌었다는 후기를 나눌 날을 바라 본다.

 

12시간이 넘는 비행이라 맨 뒤라도 복도 쪽 자리인 것에 안심을 했는데 옆자리 분이 가족이 떨어져 앉게 됐다며 바꿔 주길 청했다. 옮긴 자리는 창가 쪽이라 이동이 불편한 것은 예상이 됐는데 실제 나를 괴롭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주변 좌석들은 모 종교모임의 단체여행 팀이었는데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 주시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수시로 울어대는 아기를 귀여워하고 일흔 할머니의 재혼 이력을 감탄하기가 강요되는 것은 정말 곤욕이었다. 피난처는 자는 것 밖에 없을 듯 하여 억지로라도 잠을 청했다. 한 두 번 깨긴 했지만 다행히도 많이 설치지는 않았다. 옆자리 할머니는 헤어질 때에도 넘치는 친근함을 잃지 않았다. 나도 빌어 주시는 축복에 감사를 담아 인사했다. 답례에 담긴 미소가 아무렴 백 퍼센트일 수는 없었지만 이 또한 귀한 만남일 것이다.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여 일찍 이스탄불Istanbul에 도착했다. 경유지 체류 시간이 길지 않아 걱정했었는데 도리어 생각지 못했던 여유가 생겼다. 면세점 내 카페에 탑승 안내 모니터가 잘 보이는 자리를 잡았다. 진한 커피에 피로가 조금 달래지는 것 같다. 챙겨 온 론리플래닛 사본을 그제서야 좀 훑어볼까 싶어 폼을 잡는데, 한 중년 여성이 합석을 해도 되겠냐고 말을 걸어 왔다. 빈 자리를 찾다 혼자 있는 한국인이 눈에 뜨였던 모양이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이 시작되고 있었다. 간단한 통성명을 시작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스위스에서 경영학 석사MBA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과정을 마친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남편과 아들은 직장에 매여 갈 수 없지만 개인 사업을 하는 자기는 자유롭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살아온 이력과 신앙을 포함한 삶의 철학을 지루하지 않게 나누셨다. 기독교인인 나도 때로 거부감을 느끼는 극성맞은 전도자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드러내셨다.

하나님은 그의 자녀가 어떻게 살길 바라실까’,

내게 꼭 필요한 질문과 함께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받은 귀한 만남이었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