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일랜드Ireland였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아일랜드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시작은 충동에 가깝다. 웹서핑 중 클릭 몇 번으로 항공권을 덜컥 구매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날짜가 9월특별새벽집회와 정확히 겹쳤다. 나홀로 해외여행으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는 말에 엄마는 별말씀 없으셨으나 왠지 굳은 표정을 본 것 같다. 게다가 그 해 여름 한국은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사태로 시끄러웠다. 아일랜드는 상관 없었으나 경유지 터키가 마음에 걸렸다. 뭔가 여행이 막힌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 진지하게 항공권 취소를 고민하기도 했다. ‘이왕 사 놓은 건데 예정대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언니의 말에 용기를 내어 최종 결정을 내린 때는 출발을 겨우 한 달 앞두고서였다. 급하게 호텔을 잡고는 또 시간만 흘렀다. 타 부서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때라 일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으나 그만큼 다른 것들로 시간표를 꽉 채우던 시기이긴 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여행에 집중을 못했다는 게 사실은 더 맞다. 결국 준비라고 한 것은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의 아일랜드 더블린Dublin과 골웨이Galway 부분, 두 쪽 남짓을 복사한 것이 전부인 상태로 출발을 감행했다.

 

공항이다. 7년 전, 입사를 앞두고 갔던 유럽배낭여행 이후 다시 혼자 떠난다. 그 때는 떠나기도 전에 이미 수첩의 삼분의 일은 빼곡했었는데, 지금은 항공권과 숙박권 외 빈 손이다. 조금 두렵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불안은 준비를 많이 못해서라기보다 열리지 않은 마음에서 오는 듯 하다. ‘내 분명 신호를 주었건만 억지를 부렸으니 마음을 졸이고 있는 것이 마땅할 것이야라고 신의 음성을 들은 같달까? 억지의 근거를 찾아야겠다. 꼬박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날아 나는 왜 아일랜드에 가려 했을까. 오래 전 장유정 연출의 기사를 다시 찾아 읽었다. 그녀의 아일랜드 여행기를 담은 짧은 글로 당시 내가 정기 구독하던 잡지에 실렸었다. ‘아일랜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였다. 기사는 특별히 아일랜드이기 때문인 것은 없었다. 그녀가 여행은 마음의 문제이고, 어쩌면 일상도 마음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은 곳이 아일랜드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여행의 이유로서 충분하였다. 하다 못해 그녀의 여행지는 내가 갈 곳과 전혀 겹치지 않음에도 아일랜드라는 네 글자가 주는 힘에 기대가 생겼다. 설렘이 조금씩 제 영역을 넓힌다.

Posted by nobel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