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n, Austria_2016] #07. 빈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Wiener Philharmoniker 이하 빈 필 정기연주회는 연간 10회 정도만 열리는데 여행일자와 맞았으니 우리는 운이 좋았다. 비록 좌석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동행이 아쉬운 대로 입석표를 미리 예약해 뒀다. 빈 필이 공연되는 곳은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이다. 빈 필의 홈그라운드로서 유명한 곳이지만 빈 필 공연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연주홀이 여럿 있어 연중 비어 있는 날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물 주변으로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그 탓에 예약확인증을 티켓으로 교환해 주는 창구를 찾는 데 조금 헤맸다. 다행이 공연 시간에는 늦지 않았지만 무지크페라인을 천천히 둘러볼 시간은 놓치고 말았다. '공연장이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베토벤 흉상이라도 하나 놓여 있으려나,' 아쉬운 마음에 애써 시치미를 뗀다. 연주홀에 들어가니 서 있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 입석표를 아예 팔지 않는 문화에 익숙했던 나는 다시 올 날을 기약하기 힘든 우리 같은 여행객이나 입석표를 살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젊은 사람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까지 현지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비율이 상당했다. 빈 필의 가치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무대 정면을 볼 수 있는 자리는 이미 사람들이 빼곡해서 과감히 ‘보기’를 포기하고 한쪽 벽에 무대를 등지고 기대 앉았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교향곡 36번 C장조 (린츠)Wolfgang Amadeus Mozart Symphony [No. 36] in C major, K. 425 (Linz)’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3악장Anton Bruckner Symphonie Nr. 7 in E-Dur, WAB 107’이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어 어떤 특징이 있는 곡인지도 알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연주되고 있는지도 알면 더 좋았겠지만 전혀 모른다 해도 고전은 왜 고전인지를 알게 해 주는 감동이 있었다. 빈 필은 1842년 오토 니콜라이Otto Nicolai라는 지휘자가 빈 궁정 오페라극장의 단원들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고 오페라 반주가 아닌 독자적인 음악연주회를 연 것이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빈 필 단원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빈 슈타츠오퍼의 단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타츠오퍼에서 정단원으로 3년 이상 경력을 쌓은 사람에게만 빈 필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니 연주자들의 실력 또한 의심할 것이 못 되는 것이었다. 지휘를 못 본 게 아쉬웠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로 시선을 뺏기지 않고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