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n, Austria_2016] #05. 슈테판 성당, 모차르트하우스, 성피터 성당
빈 지도를 보면 시가지를 둥그렇게 둘러싼 도로가 있다. 마치 서울지하철 2호선과 비슷한데 그 이름도 환環 도로, 링슈트라세Ringstrasse이다. 19세기 말 투르크 군대를 막아내기 위해 빈 시가지를 둘러쌌던 성곽을 해체하고 만든 도로라고 한다. 도로가 건설될 때 주변으로 슈타츠오퍼Staatsoper국립 오페라극장, 콘체르트하우스Wiener Konzert haus 등 주요한 건물들이 한꺼번에 세워져 지금의 빈을 상징하고 있는데, 도로 한가운데에는 슈테판 성당Stephansdom이 있다. 유럽 여행을 처음 했을 때는 고대 성당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곤 했다. 그런데 여러 번 보다 보니 모자이크 성화나 스테인드글라스는 웬만해선 감흥이 일지 않는다. 슈테판 성당 내부도 매우 화려했지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진 않았다. 그러나 외양은 조금 독특한 구석이 있었는데 건물이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아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고딕 성당에는 쓰일 것 같지 않은 기하학적 디자인의 지붕이 특이했다. 이 지붕은 10가지 색의 타일로 만들어졌는데 약 23만 개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색 타일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그 길이가 51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하니, 내가 매일 버스로 한 시간씩 출퇴근하는 거리를 모두 채우고도 남는단 얘기다.
나에게 빈의 첫 번째 연관어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아니지만, 모차르트가 빈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것은 분명하다. 마침 성당으로 오는 길에 모차르트하우스Mozarthaus Vienna 이정표를 봤던 터라 자연스럽게 그 곳을 찾았다. 모차르트와 콘스탄체Constanze Mozart가 두 자녀와 함께 살았었다던 아파트다. 이 곳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했기에 피가로하우스라고도 한다. 각 방마다 살았던 당시 모습을 담아 내면서 악보, 친필 편지 등 관련 자료들을 전시해 두었다. 전시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제공되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충실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설명 사이사이 자료와 연관된 그의 음악을 들려 주어 정서적 공감도 되었다. 모차르트의 생가라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을 것인데, 그들에게 그를 음악으로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모차르트를 경외하는 방법은 아닐까 생각했다.
모차르트하우스 관람을 마치니 오후 2시 40분쯤 되었다. 매일 오후 3시에는 성피터 성당Katholische Kirche St. Peter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한다. 슈테판 성당 근처라고 했으니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돔 지붕이 눈에 띄긴 하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소박한 외형에 비해 안으로 들어가니 화려한 장식이 유럽 여느 대성당에 뒤지지 않는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성당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이 우리 같은 여행객들이니 성당 구경에 각국의 언어들이 섞여 시끄럽다. 그러나 연주가 시작되자 모두 하던 말을 멈추고 연주에 집중한다. 눈을 감고 등을 편안히 기대고 그저 귀만 열어 둔다. 아침에 호텔을 나선 후로 점심도 거르고 다닌 터라 지치려 할 쯤이었는데 이러한 쉼은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적지만 5유로 봉헌드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